2018년 3월 9일
YTN 김상익[sikim@ytn.co.kr]

 

- 앵커

사진을 전통 한지에 인화하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30년 가까이 한지를 이용한 사진 작업에 몰두해온 이정진 작가가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김상익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언뜻 보기에 회화 작품 같지만 모두 사진 작품입니다.
미국을 주 활동 무대로 하는 이정진 작가가 한지를 인화지로 사용하면서 구축한 독특한 작품세계입니다.
이정진 작가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프레데릭 브레너가 세계적인 작가 12명만을 초청해 진행한 '이스라엘 프로젝트'에 유일한 동양인으로 참여할 만큼 국제 사진계가 주목하는 인물입니다.

[토마스 시리그 /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 미술관 큐레이터 : 제가 좋아하고, 또 강조하고 싶은 이정진 작품의 중요한 점은 어떤 실수나 불완전함, 불규칙성이 (표준화되지 않은 작가 자신만의) 작품의 특징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액자가 없는 작품 그대로를 보여줘 관람객들은 한지가 주는 깊고 다양한 느낌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습니다.
주요 연작인 '미국의 사막'에서는 인간이라는 야수가 배제된 고독을.
텅 빈 배경에 거울상처럼 덩그러니 남겨진 파고다에서는 종교적 경건함을.
연작 사물에서는 한지의 여백이 주는 시간을 초월한 듯한 우주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정진 / 사진작가 : 이미지와 느낌 등 모든 것이 같이 전해지기 때문에 한지에 깊이 배인 톤이 자연소재와 굉장히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암실 인화 작업 모습은 온전히 작가의 손을 거친 작품 탄생의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잘 설명해 줍니다.
획일화된 인화지에 익숙한 21세기에 마치 19세기 인화 작업을 재연하는 느낌입니다.

[이정진 / 사진작가 : 어떤 현상들에 대한 재현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요. 제 감정이입이 잘 되는 도구가 붓이나 다른 것들보다 이 카메라였던 것 같아요.]

차가운 카메라를 통한 작가의 능숙한 감정이입은 때론 공예 같고, 때론 그림 같고, 또 때로는 시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따뜻한 느낌의 한지를 이용한 작가의 오랜 실험이 현대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한껏 넓혀주고 있습니다.